국립오페라단 오페라 여행 첫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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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국립오페라단 오페라 여행 첫날

오페라 여행


국립오페라단의 2021시즌의 공연을 여는 첫 무대인 콘서트 오페라 [오페라 여행]이 2021.4월9일 금요일 오페라하우스에서 시작되었다 이날 프로그램으로 벨리니 오페라 [I Puritani](청교도) 베르디의 두 오페라 [Attila](아틸라) [Mecbeth](맥베스) 그리고 마스네의 [Werther](베르테르)이렇게 네 작품이 올려졌다. 바야흐로 코로나 시대에 우리는 어느덧 상황에 적응하고 방역을 생활할 한 가운데 자연스럽게 일상생활을 회복하는 기분이 들었다. 한 자리 띄어 앉아 보는 객석도 티켓을 판매하는 입장에서는 크나큰 손실일지 몰라도 아이러니하게 관객의 입장에서는 편안함으로 무대와 독대하는 느낌에 집중도가 높아진 것 또한 사실이다. 국립오페라단에서 하는 공연인지라 그들의 손익까지 생각하지 않아도 되겠지만, 사립단체라면 많은 손실이 될 것이다. 또한 오페라하우스 자유소극장에서 함께 진행되는 제19회 한국 소극장 오페라 페스티벌과 함께 맞물려 올려지는 공연들이 마치 작년의 공연 부재를 대신이라도 한 듯 풍성하게 열리기에 오페라계의 생기가 도는 듯 하여 반가운 마음이다.
이번 공연은 2021년 국립에서 준비한 첫 무대이기도 하며, 오디션 단계에서부터 비대면 블라인드 레코딩 오디션으로 46명을 선정하여 그 투명성의 의미를 새로이 하였다.
이제는 당황하지 않고 QR코드 인증을 통해 자가 진단을 마친 후 입장하는 모습들이 자연스러워 보인다.
콘서트 오페라이니만큼 오케스트라 피트는 무대 위로 올려져 있었고 그리스 신전을 연상하게 하는 거대한 무대장치가 그 뒤로 전체 무대를 받치고 있었다.


공연이 시작되자 등장한 지휘자는 얼굴에 마스크가 아닌 아크릴 가드로 얼굴을 보호한 채 등장하였다. 1년여의 사간이 지났지만 아직도 이 모습은 생경하다. 그러나 마스크보다는 오케스트라 단원들과 의사소통하기에는 훨씬 나은 방법인 것 같았다. 벨리니 오페라 [I Puritani] 전주곡으로 오페라 여행은 시작되었다. 첫 무대인 [I Puritani]에는 바리톤 안대현 소프라노 홍예원 소프라노 최은혜가 각각 아리아를 열창하였다. 특히 첫 무대를 연 바리톤 안대현의 “Ah! per sempre io ti perdei” (아! 당신을 영원히 잃었구나)에서 따듯하고 풍부한 울림으로 리카르도의 단정한 음악으로 인상적이었다. 이어진 소프라노 홍예원은 반짝이지는 않지만 매력적인 고음으로 “Son vergin vezzosa” (난 사랑스러운 처녀)를 불렀으며, 소프라노 최은혜의 “Qui la voce sua soave” (여기서 그의 산냥한 목소리가)는 깊은 호흡으로 편안하게 음악을 끌고 갔으며 과감한 액팅으로 눈길을 사로잡았다. 후반에 조금 생기있게 전반의 음악과 대조되게 하였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은 있었다.

두 번째 스테이지로는 베르디의 [Attila](아틸라)를 소프라노 김민지, 강효진 바리톤 고병준, 이승왕 베이스 김동호가 강력하고 인상적인 무대를 꾸며주었다. 첫 무대의 소프라노 김민지의 “Allor I forti corrono” (전사들이 달려들 때)는 안정적인 저음에서 고음까지 폭넓은 음역의 소화가 음악에 완성도를 높여주었고 넘치는 에너지가 인상적이었다. 바리톤 이승왕의 무대도 훌륭했다. 처음에는 바리톤의 깊은 울림과 여유보다는 긴장감으로 시작하였지만 후반으로 치 닿을수록 딕션의 전달이 좋았고 음악을 몰아가는 집중도가 관객들의 호응을 이끌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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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국립오페라단

2부의 첫 스테이지는 마스네의 오페라 [Werther](베르테르)였다. 1부 시작과 마찬가지로 베르테르의 서곡으로 시작한 무대는 소프라노 전예원으로 이어져 소프라노 이윤정과 메조소프라노 정세라의 무대로 이어져 테너 전병호의 “Pourquoi me réveiller”(어찌하여 나를 깨우는가)로 마무리되었다. 소프라노 전예원의 “Du gai soleil, Plein de flamme”(미소 짖는 태양이 저 푸른 하늘위에서)는 활기하고 탄탄한 소리가 분위기를 잘 살려냈으며 무엇보다 테너 전병호의 무대를 보면서 많은 감동을 받았다.
누구보다 활발한 활동을 하고있는 테너 전병호의 아리아는 초심으로 돌아가 학구적으로 연구하고 갈고닦은 그의 노력과 정성이 이 무대를 통하여 고스란히 전달되었다. 그가 무대에서 보여준 능숙하면서 정갈한 연기와 음악은 오늘 무대에서 빛을 발하였다. 마지막 무대인 오늘 베르디의 두 번째 오페라 [Mecbeth](맥베스)는 한국에서 잘 공연되지 않아 더욱 관심이 갔다. 예상대로 드라마틱한 음악에 성악가들의 열정적인 무대로 오늘 여행의 클라이맥스를 장식하였다. 소프라노 강효진은 첫 곡과 마지막 곡까지 안정감있게 잡아주었고 테너 이준탁의 “Ah, la paterna mano”(이 아비의 손이)의 무대가 인상적이었다. 원숙한 무대 매너는 아니지만 그의 소리는 맑고 청명하였으면서 자연스러웠다. 바리톤 김은곤의 고뇌에 찬 왕의 연기를 카리스마있게 연기해 나갔다. 다만 늙은 왕을 연기하기엔 다소 젊은 소리인지라 나이에 맞는 다른 역할에서의 활약을 기대해 본다.

사진제공: 국립오페라단

협소한 무대에 이만큼 큰 효과를 낼 수 있었던 것은 이번 공연의 연출을 맡은 장수동 연출의 오래된 노하우가 집약되어 나타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단순해보일 수 있는 두 개의 큰 신전기둥에 빛을 적절히 사용하여 극을 완성도를 높였다. 최소한의 무대 소품들을 가수들이 적절히 사용할 수 있게 하였으며, 시시각각 변하는 배경 화면은 영화 속에 들어간 것 같은 생동감을 더하여 주었다.

드라마틱한 색감과 화면이 성악가들의 실력 있는 무대를 더욱 빛나게 해주었다. 오케스트라와 지휘자의 위치가 성악가들의 뒤에 있으므로 함께 어우러져 호흡하기는 조금 어려운 상황이었던 게 아쉬웠다. 충분하지 못한 리허설 상황이겠지만 오케스트라도 성악가들만큼 음악에 익숙 해 질 시간은 필요하다.


사진제공: 국립오페라단


이런 성격의 음악회는 가수에게는 어느 때보다 부담스러울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긴장감으로 관객들은 2시간 러닝 타임동안 온전히 음악과 공연에 집중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비대면 오디션에 통과한 가수들이라 어느 정도 음악과 소리는 입증되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녹음 사운드와 홀 사운드의 차이점은 실황에서의 만족감과 직결되므로 선발에 있어서 해결해야하는 숙제이다.
 국립오페라단의 변화와 개혁의 실험적인 캐스팅이 오페라 애호가들의 지적 욕구를 만족 시킬 수 있는 오페라 여행 3일이 될 것이다.

끝으로 오스카 상 수상으로 화두에 있는 윤여정 배우의 역할을 30대의 배우가 노인 분장과 억지스러운 노인의 움직임으로 연기했다면 과연 어떠한 공감대가 형성되고, 평가가 있었을까 생각해본다.
인생의 황혼기인 노역의 역할을 젊은 가수가 연기하면 관객들의 공감을 얻기에는 역부족이다.
오페라도 더욱 전문화, 세분화되어 오페라 애호가들의 수준도 점점 높아지는데, 우리 오페라인들은 경각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2021년 4월 9일
글 발헹인 박경준
buonar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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