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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텔링 오페라
라트라비아타
2021.11.9.화 19:30 세종문화회관M씨어터
단풍이 깊게 드는가 싶더니 갑자기 찾아온 추위가 서둘러 겨울옷을 찾아 입게 하고 위드 코로나로 인해 한결 가벼워진 외출의 부담감 덜해진 2021년 11월, 활기를 찾은 공연장은 베르디의 명작 [라 트라비아타]이다.
스토리텔링이라 무언가 특별함이 느껴지는 컨셉이다. 오페라는 음악이기도 하지만 드라마가 중요한 장르이다. 이야기의 줄거리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소재와 진행이어야 아름다운 음악이 더해지면 하나의 종합 예술로서 오래도록 남아 우리 시대 그리고 다음 시대에도 이어지는 것이다.
확실히 11월이 되면서 사회적 거리 두기가 어느 정도 완화된 탓인지 마스크를 쓰긴 했지만, 로비의 공기는 확실히 생기를 되찾아 가고 있는 느낌이다.
이제는 익숙해진 큐알코드 등록이며 체온측정은 공연을 보는 데 있어 전혀 거부감이 느껴지지 않는 당연한 절차가 되었다. 덕분에 미리미리 공연장에 도착하는 습관은 들여지는 듯하다.
서곡이 시작되고 스토리 텔러로 알프레도역의 테너 김은국이 무대에 혼자 섰다. 가수가 노래하기 전에 그 긴 대사와 연기를 소화하기 힘들었을 텐데 진지하게 연기에 임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아름다웠던 그의 사랑 비올렛타가 이미 죽은 후인 듯 그녀를 회상하면서 추억하는 대사 내용이었다. 담담하게 읊어나가는 대사들이 오히려 더욱 애틋하게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조명이 켜지고 힘차게 시작하는 1막의 파티장면이 대조된다.
파티에 온 손님들로 분한 마에스타 오페라합창단의 열연이 돋보인다. 각자의 연기를 열심히 하는 그들의 모습에서 프로의 향기가 느껴진다. 비올렛타와 플로라가 화려한 복장으로 등장하고 알프레도가 가스통을 대동하여 들어온다. 알프레도는 기품있게 그와 대조적으로 가스통은 익살스럽게 연기를 하였다. 알프레도의 목소리는 익히 앞에서 들어보았지만, 확실히 가수는 노래할 때 목소리가 가장 매력적이고 자연스러운 것 같다. 새로운 시도는 늘 응원할 만하지만 이런 부분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계속 훈련되고 익숙해지면서 단발성으로 끝나지 않아야 확실히 스토리텔링 오페라라는 장르를 확고히 할 수 있을 것이다.
라트라비아타 오프닝 공연 전 출연진
뒤)박경준,김경희,김은국,이소연,이승현,이덕기
앞)안영재, 한태일
누구에게나 반가운 축배의 노래에 객석은 더욱 극에 몰입하는 느낌이다. 소프라노라면 누구나 해보고 싶은 역할이자 고난도의 아리아 (E strano, e strano 아 그이인가)가 있는 오늘의 비올렛타는 소프라노 이소연이다. 그녀의 비올렛타는 전막에 걸쳐 확실한 희노애락을 보여주었다. 아픈 몸을 이끌고 파티를 즐길때는 발랄함을 잃지 않았으며 2막 파리근교의 집에서 알프레도의 아버지인 제르몽을 만나 이별을 종용받을 때 고통에 울부짖었으나 결단하는 강인함을 보여주었고 3막에 알프레도의 품에 안겨 죽을 때 온몸을 던져 꺼져가는 생명을 열연하였다. 소프라노의 분량이 상당한 이 오페라에서 영리하게 극을 끌어가는 모습이 끝까지 관객에게도 몰입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오늘의 또 다른 주인공은 아버지 제르몽역의 바리톤 박경준이었다. 나오자마자 관객을 압도하는 존재감은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을 하고도 남은 아버지 그 자체의 모습이었다. 보여지는 모습뿐 아니라 내뱉어지는 음성하나 가사 하나하나에는 역할에 대한 고민과 해석이 철저해 보였으며 바리톤 아리아로 대표적인 Di Provenza il mare, il suol (고향 프로방스의 하늘과 땅)을 부를 때는 그 어느 무대에서 보다도 완벽한 제르몽의 아리아였다.
뛰어난 출연진과 음악에는 이견이 없을 거라 믿는다. 그저 오늘 공연에서 아쉬운 점은 너무 스토리텔링이라고 하여서 보여지는 장치들에게 소흘했던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든다는 것이다. 화려한 파티장과 비올렛타의 집 그리고 3막에도 노래하는 연기자를 도와줄 장치들이 많이 부족해 보였다. 놓여있던 세트들도 자리가 애매해서 합창단들과 캐스팅들이 한꺼번에 섰을 때 역할별 상황별 구분이 모호했다.
연기하기도 쉽지 않았으리라 생각이 든다.
뒤에 물론 LED로 배경을 쏘긴 했지만 그것은 부수적인 장치일뿐 효과적으로 쓰지 않으니 그 존재감도 별로 드러나지 않았다.
비올레타 소프라노 이소연과 남성출연자들
시작할 때 비올렛타의 영혼으로 무희의 등장 정도가 신선해 보이기도 하였지만 내용과는 상관없어 보이는 그의 춤사위는 오페라사에 가장 아름다울 수 있는 서곡의 의미를 퇴색시킬 뿐이었다. 나중에 들은 바로는 마이크 밸런스가 실황과 맞지않아 좌석에 따라 많은 차이가 있었다고 한다. M씨어터인 경우 2층발코니가 1층 깊숙이 빠져나와 1층을 덮고있기 때문에 1층 뒷자석과 2층은 소리전달이 쉽지 않다. 그렇다고 마이크에 의존하다 보면 소리가 분리되어 이중으로 들려 어리둥절한 일이 생기는데 그것까지 신경써서 잡아야 할 것이다. 제르몽에 경우 2층에 육성의 울림과 마이크소리가 뒤섞여 음악을 감상하는데 혼란스러웠다.
조역들의 소리들도 좋고 합창단의 열연과 주역들의 빛나는 호연에도 불구하고 종합하여 만들어내는 연출이 아쉬운 부분이 많은 스토리텔링 오페라 라트라비아타였다. 어쨌거나 어려운 시기에 준비한 그들의 노력에 박수를 보내며 앞으로 더욱 활약할 “뉴 뮤직 컴퍼니”의 무대를 지켜보고 응원하고자 한다.
Gloria Kim
buonar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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