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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교도(전 3막) / 솔오페라단&이탈리아 모데나 코무날레극장
2021년 11월 12일(금) 20:00~23:00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3층 C블럭 5열 1번 / C석 35,000원(골드회원 30%)
작곡: 빈센초 벨리니
지휘: 마르첼로 모타델리
연출: 프란체스코 에스포지토
출연: 데지레 랑카토레(S 엘비라), 줄리오 펠리그라(T 아르투로 탈보), 엘리아 파비앙(Br 리카르도 포스), 우고 괄리알도(Bs 조르지오 발톤), 김재일(T 브루노 로버트슨), 이대범(Bs 괄티에르 발톤), 주세피나 피운티(Ms 엔리게타 디 프란치아), 위너오페라합창단, 김민규 정상헌 박동비 칼 웨인(배우), 김나연 김정선 김서영 이가희 강다영(무용수)
연주: 디오 오케스트라
스탭: 도메니코 이안노네(안무), 노이룸(협력연출), 카탈도 데 팔라 김영미(예술감독), 조현수 최유리(음악감독), 리날도 리날리(무대디자인), 박선미(의상디자인), 박영화(분장디자인), 강호상(조명감독)
[사진=봄뫼] 포토월
아무리 단계적 일상 회복의 단계에 들어섰다고는 하지만 3시간짜리 오페라를 20:00에 시작한다는 건 완전히 일상으로 돌아간 상황이라고 가정하더라도 이건 관객들에 대한 배려가 없는 처사라고 밖에는 이야기할 수가 없다. 23:00에 공연이 끝나는데, 나처럼 차 없이 다니는 사람이나 차가 있더라도 예술의전당에서 어느 정도 거리가 있는 곳에 거주하는 관객이라면 귀가 시간이 자정을 넘기게 되니 이건 좀 아니다 싶다. 처음 예매할 때에는 오페라 공연이니 당연히 19:30, 아니면 이 공연의 티켓이 오픈됐던 시기를 생각하면 19:00일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공연일에 닥쳐 시간을 확인하니 20:00라, 순간 좀 멍하고 짜증부터 났다.
원래 이 공연은 대구국제오페라축제에서 공연되기로 했던 러시아 노보시비르스크 오페라단의 글린카 [이골 공]이 취소되면서 급하게 대체된 공연이었다. 국내에서 보기 힘든 [이골 공]이라 동호인들과 함께 대구에 가서 보기로 하고 예매를 했다가 [청교도]로 바뀌었다고 해서 어떻게 할까 하다가 [청교도] 역시 보기 힘든 작품이라 그냥 가기로 했는데, 나중에 이 공연을 그대로 서울에서도 한다고 해서 대구 공연을 취소하고 예매한, 우여곡절이 많았던 공연이었다. 이 작품은 1996년 국립오페라단에 의해 국내 초연된 뒤, 이번에 세 번째 공연이라고 한다.
비타민 스테이션에서 하는 김도완 배우의 하이스피드 트레킹 프로젝션 공연이 끝나고 오페라극장으로 올라가서 커피를 한 잔 마시며 동호인들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객석으로 올라갔다. 이날 내 자리는 3층 C블럭의 5열. B블럭 전체와 A, C블럭의 4열까지는 80,000원 하는 B석이었기 때문에 이 자리를 예매했다. 4층으로 올라가면 전석이 30,000원인 D석이지만 처음 보는 작품이라 이번에는 3층에서 보기로 했다. 티켓 가격이 만만치 않아서인지 3층 좌석은 ⅓ 정도는 비어서 공연이 진행됐는데, 내 자리 앞의 3, 4열은 B석치고는 자리가 좋은 편이 아니라 예매자가 없었는지 빈자리라서 관람하기에 좋았다. 하지만 2막부터는 메뚜기족이 3열에 옮겨와 앉는 바람에 이 사람의 움직임 때문에 약간의 장애가 있긴 했다.
[사진=봄뫼] 내가 앉은 자리에서 본 무대
[청교도]는 벨칸토 오페라 하면 떠오르는 빈센초 벨리니의 마지막 작품이다. 대개의 벨칸토 오페라들이 비극적으로 끝나는 데 반해 이 작품은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되는 스토리를 가지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16세기 중반 영국 청교도 혁명을 시대적 배경으로 하여 크롬웰의 청교도를 중심으로 한 공화파와 기존의 왕당파의 대립 속에서 대립하고 있는 두 파벌의 남녀 사이에 피어난 사랑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청교도의 성주 괄티에르의 딸 엘비라는 청교도의 기사 리카르도와의 결혼을 앞두고 있으나 정작 그녀가 사랑하는 사람은 왕당파의 기사 아르투로다. 엘비라의 숙부 조르지오는 이런 엘비라의 마음을 알고 엘비라의 아버지인 형 괄티에르에게 이 사실을 전달하여 아르투로와의 결혼을 주선한다. 이윽고 결혼식 날, 아르투로가 엘비라의 집에 도착하고 우연히 처형당한 찰스 왕의 왕비 엔리게타가 공화파들에 의해 감금되어 곧 런던으로 압송되어 처형당할 것이라는 사실을 듣게 된다. 엔리게타 왕비를 몰래 만난 아르투로는 왕비를 탈출시켜 주겠다며 다짐을 한다. 한편 면사포를 쓰고 아르투로를 찾아다니던 엘비라는 왕비와 함께 있는 그를 발견하고는 둘 사이를 오해하여 왕비에게 면사포를 씌워주고는 화를 내며 돌아선다. 아르투로는 왕비를 신부로 변장시켜 탈출시키려 하지만 자신의 신부를 빼앗은 아르투로를 죽이겠다며 찾아온 리카르도에게 발각되어 죽을 위기에 처하나 아르투로가 왕비와 함께 탈출하면 자신이 엘비라와 결혼할 수 있을 것으로 본 리카르도는 순순히 길을 비켜준다. 그리곤 사람들에게 아르투로가 왕비와 함께 도망갔다는 소식을 전하는데, 이 말을 들은 엘비라는 실성을 한다. 엘비라는 정신이 나간 중에도 아서와 함께했던 순간을 회상하고 그때의 달콤함을 노래하는데 사람들은 이를 보고 엘비라를 동정한다. 엘비라는 리카르도가 나타나자 그를 아르투로로 착각하고 어서 결혼식을 올리자고 조른다. 이런 엘비라를 보고 리카르도는 동정하는 마음이 생기고, 엘비라의 숙부 조르지오는 엘비라가 아르투로와 결혼할 수 있도록 리카르도를 설득한다. 시간이 지나 공화파에 쫓기는 아르투로는 엘비라를 잊지 못하고 찾아와 엘비라에 대한 사랑과 국왕에 대한 충성 사이에서 갈등한다. 엘비라에게 사랑을 맹세하지만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는 엘비라를 보며 가슴 아파한다. 엘비라의 아버지인 성주 괄티에르는 아르투로가 자신의 성 안으로 잠입했다는 사실을 알고 그를 체포하여 처형하라고 명령한다. 아르투로가 처형되기 직전, 런던에서 사자가 도착하여 공화파가 최후의 승리를 거두었다는 소식을 전하고 나라의 평화를 위해 왕당파를 모두 사면한다는 이야기를 전한다. 이 소식에 엘비라는 정신을 되찾게 되고 둘은 행복한 결혼식을 올린다.
이번 공연은 솔오페라단과 이탈리아 모데나 코뮤날레극장이 공동제작한 것이라고 되어 있으나 지휘와 연출, 무대와 안무, 그리고 주역 가수까지를 모두 모데나 코뮤날레극장에서 맡음으로써 사실상 이들이 제작한 오페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 같다. 솔오페라단이라고 하면 비록 지방에 본거지를 두고 있는 단체지만 그래도 우리나라 유수의 오페라단인데 공연의 모든 부분을 외부에게 내주기보다는 오페라 제작의 핵심 인력 일부는 우리나라에서 맡아야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이번 건은 계획된 공연이 펑크 나는 바람에 급하게 기획했다는 어쩔 수 없는 사정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차후에는 외국 인력의 도움을 받을 때에는 단지 작품을 무대에 올려 티켓을 파는 데에 그치기보다는 진정한 협업을 통해 스스로의 역량을 키울 수 기회로 삼아야 하리라고 본다.
[사진=봄뫼] 왼쪽부터 우고 괄리알도(Bs 조르지오 발톤), 주세피나 피운티(Ms 엔리게타 디 프란치아), 줄리오 펠리그라(T 아르투로 탈보), 데지레 랑카토레(S 엘비라), 엘리아 파비앙(Br 리카르도 포스), 김재일(T 브루노 로버트슨), 이대범(Bs 괄티에르 발톤)
이번 공연에서 가장 좋았던 것은 가수들의 역량이었다. 내 자리가 3층 상단에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가수들의 노래를 듣는 데 부족함이 없었다. 도니제티의 [람메르무어의 루치아]가 광란의 아리아로 유명하지만 이 작품도 그에 못지않게 광란의 장면이 많이 나오고 또 유명하기도 한데, 엘비라 역의 소프라노는 콜로라투라의 목소리를 갖고 있어야 이 역을 제대로 소화할 수 있다고 한다. 이날 공연에서 엘비라 역을 맡은 데지레 랑카토레(S)는 그런 면에서 본다면 엘비라로 아주 적합한 가수였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랑카토레는 2막을 거의 혼자서 부르다시피 했음에도 3막에서도 카랑카랑한 목소리에 변화가 없었다. 상당히 좋은 소리를 갖고 있는 가수였다. 엘비라의 상대역인 아르투로 역을 맡은 줄리오 펠리그라(T) 역시 좋은 소리를 가지고 있었다. 이 작품이 무대에 잘 올라가지 못하는 이유가 바로 이 아르투로 역을 맡은 테너에게 요구되는 매우 높은 음을 자유자재로 낼 수 있는 가수가 드물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펠리그라는 이 작품에서 요구하는 어려운 소리도 무난하게 잘 소화해 냈다. 다만 아쉬운 점은 그가 가진 소리가 다소 가늘어서 작품 속에서 나타나는 용감한 기사의 모습과는 잘 어울리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리카르도 역을 맡은 엘리아 파비앙(Br)은 힘 있고 깨끗한 소리를 가지고 있어서 아주 매력적이었다. 다만 몸이 비대한 점이 외모가 강조되는 요즘의 추세에 비춰본다면 오페라 가수로서는 다소 약점이라고 할 수 있겠으나 그러한 단점을 커버할만한 소리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이 무대에도 설 수 있었던 것이 아닌가 싶다. 그밖에 다른 가수들도 모두 3층까지 충분히 올라오는 성량과 윤기 있는 소리들로 좋은 노래들을 들려주었다.
가장 아쉬운 것은 오케스트라였다. 디오 오케스트라는 대구국제오페라페스트벌의 상주 오케스트라로, 2년 전 대구오페라하우스에서 [운명의 힘]을 보았을 때에는 매우 좋은 연주를 들려주었었으나 익숙하지 않은 극장에서 연주한 탓인지 이날의 연주는 지나치게 평면적이어서 벨리니 음악의 매력을 충분히 살려주지 못했다. 새삼 코리안 심포니의 오페라 연주가 참 좋았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오페라에서 오케스트라 연주의 중요성은 메가박스를 비롯한 영화관에서 상영하는 유럽이나 미국의 오페라단에서 하는 오케스트라의 연주를 들어보면 금방 알 수 있는데, 이들의 공연 중 일부는 오케스트라 연주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운 공연이 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그렇게 본다면 이날 디오 오케스트라의 연주는 아쉬움이 남았다.
[사진=봄뫼] 전 출연진
무대 디자인도 평면적인 구성이라 좀 아쉬웠는데, 미니멀리즘이 대세인 요즘 오페라에서 1막부터 3막까지 무대 세트가 동일한 것이야 큰 상관이 없지만 그 동일한 세트에서 각 막마다 차이점을 부각시키고 그 차이점이 오페라 각 막의 내용과 잘 어우러져야 하는데, 이번 공연에서는 그런 차이점들을 별로 느끼지 못해 입체적인 느낌이 들지 않았다. 가수들의 연기도 좀 아쉬웠다. 오페라의 본고장인 이탈리아 가수들인 만큼 연기도 출중할 것으로 생각했으나 실제로는 그런 느낌이 들지 않았고 근래 우리나라 오페라 가수들의 연기가 더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체적으로 볼 때 여러 면에서 조금씩 부족한 면들이 있기는 했으나 크게 보면 충분히 완성도 있는 좋은 공연이었고 특히나 이탈리아 가수들의 역량이 돋보인 공연이었다.
편집부 buonar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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