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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우리나라 오페라계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감의 양진모교수님 인터뷰하게 돼서 영광입니다, 스테이지 구독자들을 위해 근황 소개 부탁드립니다
A) 지난 2년 동안 코로나 사태로 공연계가 모두 힘들었습니다. 작년 하반기부터 공연이 점차 활성화되기 시작하였지만, 예전에 비하면 정상화되기까지 시간이 좀 더 필요한 것 같네요. 작년 연말에는 부산 금정문화회관에서 부산 오페라 하우스 건립을 기념하는 ‘부산 오페라 갈라’, 국립 오페라단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 공연과 세종문화회관, 롯데 콘서트홀에서 크리스마스 콘서트, 갈라 콘서트 등이 있었습니다. 1월말에 많은 호응을 받았던 나실인 작곡가의 창작 오페라 ‘블랙 리코더’ 재공연을 준비 중이었는데, 여러 가지 사정에 의해 취소되었습니다. 지금은 소극장 오페라 페스티벌 음악 감독으로 4월에 있을 공연들을 점검하면서 준비하고 있습니다. 오페라 공연은 4월말에 예술의 전당 오페라 하우스에서 개최되는 대한민국 오페라 페스티벌에서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와 ‘팔리아치’로, 그리고, 5월에 대구 오페라 하우스에서 ‘아이다’로 관객 분 들을 만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2. 한국 초연인 오페라작품에 지휘자 양진모의 이름이 늘 오르는데 새 작품을 대하시는데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거라 생각이듭니다. 새로운 작품으로의 도전에 두려움내지는 어려움은 없으신지요?
A) 사실 한국에서는 자주 공연되는 오페라들만 주로 무대에 오르기 때문에 오히려 새로운 초연 작품을 준비하고 공연하는 데에 더욱 큰 즐거움을 느낍니다. 새로운 작품들은 새로운 도전 의식과 흥미를 일깨워 줍니다. 물론, 한 작품을 새로 공부하는 데에는 많은 시간이 걸립니다. 새 오페라를 공부할 때에는 항상 악보보다 대본을 먼저 들여다봅니다. 오페라는 드라마이고, 오페라 지휘자는 그 드라마를 세세하게 이해못하면 제대로 지휘할 수 없다는 생각에서, 대본 이외에도 원작이나 관련된 연극 대본, 역사물일 경우에는 역사적 배경까지 가능한 많은 자료들을 공부합니다. 물론 이 과정이 시간을 많이 들여야 하는 힘든 일이지만, 이제는 즐겁게 작업하려고 합니다. 대본 연구가 끝난 뒤에야 비로소 악보를 펼쳐보게 되는데, 대본에 대한 이해가 잘 되어 있으면, 음악을 통해 작곡가가 표현하고자 하는바가 더욱 선명하게 보여집니다. 이런 준비 과정이 끝난 후에야 리허설에 임하게 되죠.
3.그 바쁜 시간 속에 새로운 곡들을 완성도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리시는 연구하는 그런 모습은 많은 후배, 동료들의 귀감이 됩니다. 몇 해전에 한 소프라노 독창회에도 오케스트라를 이끌어 가곡도 멋지게 지휘하시는 것을 인상 깊게 보았습니다.
교수님께서 오페라 지휘와 가곡 지휘할 때의 차이점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A) 텍스트가 있다는 점에서 오페라와 가곡은 모두 드라마가 내제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오페라는 더욱 긴 호흡으로, 가곡은 5분 내외에 짧은 시간(물론 더 긴 가곡들도 있지만)에 모든 것을 표현하게 되어 있습니다. 또, 가곡은 그 모든 곳을 성악가 혼자서 표현해 내야 되기 때문에, 가곡 반주를 할 때에는 더욱 디테일한 부분까지 성악가와 의견을 조율해야 합니다.
4 오페라 현장에서 많은 성악가들을 만나고 많이 보고 느끼는 것들이 있을 텐데,
지휘자의 관점에서 우리나라 성악가들의 강점은 무엇인지 그리고 아쉬운 게 있다면 무엇이 있고 바램이 있으시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지난 20년 동안 한국에서 오페라 전문 지휘자로 활동하면서 70여 작품, 1000여회 이상의 오페라 공연을 지휘하였습니다. 이러한 공연들을 통해서 많은 성악가들과 작업을 해왔습니다. 한국 성악가들의 강점은 소리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고, 정말 좋은 소리를 갖고 있는 성악가들이 많다는 점입니다. 유럽이나 북미 같이 수많은 오페라 하우스에서 다채로운 공연이 펼쳐지는 본고장에서도 도저히 따라올 수 없을 정도로 소리가 좋은 성악가들이 많습니다. 거기에 비해 공연도 적고, 오페라 관심 관객들이 너무도 적은 점이 안타깝습니다. 제가 인터뷰 때마다 항상 강조하는 이야기이지만, 이제는 한국 성악가, 한국 스텝들만으로 충분히 세계적인 작품을 만들 수가 있습니다. 다만, 더욱 완성도 있는 작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텍스트를 기초로 한 더욱 세밀한 캐릭터 연구, 그리고, 관객들이 몰입할 수 있는 연기력이 겸비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에서도 주요 도시마다 오페라 하우스가 생기고, 공연이 활성화되면 이러한 문제들도 자연스럽게 해결되리라 생각합니다.
5 이태리에서 유학 하셨다 알고 있습니다.
재미있는 에피소드나 기억할 만 추억이 있으시다면?
지금 20년 전으로 돌아서 다시 유학을 간다면 어느 도시로 가고 싶나요?
그 이유는?
유학 시절 생각나는 추억은 많이 있지만, 오르비에토의 만치넬리 극장에서 오페라 지휘자로 데뷔하면서 롯시니의 ‘일 시뇨르 부르스키노’를 지휘하였던 것, 오페라 인생의 스승이었던 안토니오 토니니 할아버지와 공부하였던 시간들이 소중한 기억으로 남아있습니다. 그리고, 유학 시절 살았던 집이 밀라노 외곽 북동쪽에 고속도로 톨게이트 바로 근처에 있었습니다. 공부에 지친 머리를 식히러 가끔 혼자서 40분정도 차를 몰아 마리아 칼라스의 별장이 있었던 시르미오네에 가서 가르다 호숫가의 벤치에서 몇 시간씩 우두커니 앉아 있다가 오곤 했는데, 요즘은 그 생각이 많이 나네요. 만약 다시 유학을 가게 되어도 밀라노로 갈 것 같습니다. 어려서부터 공부하고 싶었던 학교가 베르디 국립 음악원이었고, 무엇보다 밀라노 오페라 하우스는 제가 오페라를 마음껏 공부하면서, 한편으로는 마음의 안식처이기도 한 소중한 장소였습니다. 이 두 곳만으로도 다시 갈 이유가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6 2022년 한국오페라연합회 이사로써 한국오페라의 발전에도 상당히 힘쓰고 계시는 걸로 압니다. 올해 한국오페라연합회의 활동은 무엇이 있으며 지휘자님의 계획은 어떠하신지요?
먼저 4월에 예술의 전당 자유 소극장에서 개최되는 제20회 한국 소극장 오페라 페스티벌이 있습니다. 작년에 이어서 예술의 전당, 한국 소극장 오페라 연합회와 공동으로 주관하게 되는데, 올해에는 창작 오페라 ‘텃밭 킬러’‘로미오대 줄리엣’그리고, 번안 작품인 ‘비밀 결혼’과 ‘리타’가 무대에 오르게 됩니다. 지휘와 연출은 중견과 신인 골고루 포진되었는데, 의욕 있는 신인들의 비중이 보다 높은 편입니다. 출연진은 32명중 18명을 12월 말에 개최된 오디션에서 선발하였고, 나머지는 김종표, 정수연, 이재식, 양석진 등 한국을 대표하는 성악가들로 포진되어 무게감을 더할 것입니다. 음악감독으로 여러 가지를 조율하면서 많은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작년 못지않게 좋은 공연들이 만들어지리라 기대합니다.
글 인터뷰 발행인 박경준
buonar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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