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스 고두노프 - 시네마 오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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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뫼의 코로나 시대의 슬기로운 오페라 감상법

보리스 고두노프 - 시네마 오페라


보리스 고두노프 / 시네마 오페라 - 메트로폴리탄 오페라단

​2022년 1월 8일(토) 10:00~12:30

메가박스 코엑스 더부티크104호 J열 6번 / 전석 33,300원(클래식 소사이어티 10%)


작곡: 모데스트 무소륵스키

원작: 알렉산드르 푸시킨 [보리스 고두노프]

지휘 : 제바스티안 바이글레

연출: 스테판 워즈워스

출연: 르네 파페(Bs 보리스 고두노프), 막심 파스터(T 바실리 슈이스키), 데이비드 버트 필립(T 그리고리), 라이언 스피도 그린(Bs 바를람), 알렉세이 보그다노프(Br 안드레이 쉬첼칼로프), 에인 앵거(Bs 피멘), 에리카 바이코프(S 크세니아), 메간 마리노(Ms 표도르), 티치나 본(Ms 여관 안주인), 브렌톤 라이언(T 미사일), 이브 지글리오티(Ms 유모), 브래들리 가빈(Bass-Br 미티우카), 리처드 번스타인(Bs 니키티치), 케빈 버뎃(Bs 경찰관), 마크 쇼월터(T 보야르), 마일스 미카넨(T 거룩한 바보), 메트로폴리탄오페라 합창단
연주: 뉴욕 메트로폴리탄오페라 오케스트라

스텝: 페르디난드 뵈거바우어(무대디자인), 모이델레 비켈(의상디자인), 듀안 슐러(조명디자인), 스티브 랭킨(무술감독) , 팀 마틴(음악감독), 도널드 팔룸보(합창지휘), 엔젤 블루(호스트)


오랜만에 보는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단의 신작 [보리스 고두노프]가 메가박스에서 단 이틀 동안만 상영된다고 해서 급하게 예매해 보게 되었다. [보리스 고두노프]는 무소륵스키의 오페라 가운데 가장 유명한 작품이자 제대로 완성된 유일한 작품으로 나는 1989년 볼쇼이 오페라단이 내한해 세종문화회관에서 공연했던 한국 초연 작품과 지난 2017년 국립오페라단에서 공연한 작품, 이렇게 두 번을 관람했는데, 이 두 번의 공연이 우리나라에서 공연된 [보리스 고두노프]의 전부라고 알고 있다. 박종호의 [불멸의 오페라]에 의하면 이 작품은 무려 일곱 개의 버전이 있다고 하는데, 이날 관람한 메트의 공연은 1869년 무소륵스키가 작곡한 원전판으로 최초의 판본이다. 무소륵스키는 친구인 역사학자 니콜스키의 권유로 푸시킨의 극시 [보리스 고두노프]를 읽고 거기에 니콜라이 카람진의 [러시아 제국사]의 내용을 참고하여 자신이 직접 대본을 쓰고 1년 만에 오페라를 완성했다고 한다. 하지만 작품을 받아본 마린스키극장 측은 서른 살에 불과한 무소륵스키의 이 작품이 자신들의 관객들에게는 낯선 작품이 될 것이라며 여러 이유를 들어 상연을 거부하였고, 그래서 하는 수 없이 무소륵스키는 마린스키의 요청에 따라 두 번의 개정을 해야 했으며 결국 초연은 원전판이 완성된 이후 5년이 지난 1874년 제2 원전판이라 불리는 세 번째 버전으로 올려질 수 있었다고 한다. 이후 무소륵스키가 사망한 뒤 림스키-콜사코프와 쇼스타코비치 등에 의해 네 번의 개작이 더 이루어져 모두 일곱 개의 버전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이날 관람한 버전인 원전판은 순수하게 무소륵스키의 생각으로만 만들어진 작품으로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인터미션 없이 1막부터 4막까지를 2시간 반 동안 그대로 이어서 공연한다는 점이다. 그 때문에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HD Live의 가장 큰 특징인 인터미션 중의 가수나 스탭 인터뷰와 백스테이지의 모습을 볼 수 없었다는 점에서는 아쉬웠다.
당연히 각 버전마다 그 내용이 조금씩 다른데 원전판의 가장 큰 특징은 여자 주인공이 없고 대부분 남자 가수들에 의해 이야기가 전개되는 구조라는 것이며, 그런 이유로 당연히 다른 오페라들에서는 이야기의 중심 가운데 하나로 다뤄지는 남자 주인공과 여자 주인공이 사랑을 나누는 서정적인 장면이 없다. 남자 가수들에 의한, 남자 가수들을 위한, 남자 가수들의 오페라인 셈이다. 이 작품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배경은 1598년에서 1605년 사이 러시아. 막이 오르면 표도르 I 시절 섭정을 통해 권력을 휘두르던 보리스는 은퇴하여 노보데비치 수도원에서 지내고 있는데 어디선가 들어온 거룩한 바보가 그에게 뚜껑이 있는 그릇을 하나 준다. 수도원 밖에서는 경찰관 니키티치가 군중들에게 보리스에게 차르의 자리에 오를 것을 외치라고 강요하고 군중들은 시키는 대로 외친다. 이때 의회 서기인 슈첼칼로프가 나타나 보리스가 차르가 되기를 여전히 거부하고 있다고 전한다. 순례자들의 행렬이 지나가고 난 뒤 다시 나타난 니키티치는 군중들에게 이곳을 떠나 내일은 크렘린궁 앞으로 모이라고 명한다.

[사진=메트로폴리탄 오페라 홈페이지] 백성들에게 보리스가 황제 즉위를 거절했다는 소식을 알리는 슈첼칼로프

다음날, 크렘린궁에서는 보리스의 대관식을 알리는 종소리가 울려 퍼지고 슈이스키공이 보리스가 황제의 자리에 오르는 것을 수락했다고 발표하자 많은 사람들은 그에게 축복을 보낸다. 하지만 보리스는 어쩔 수 없이 황제가 되었다는 표정으로 신에게 자신을 보살펴달라는 기원을 올리며 대관식을 거행한다. 하지만 대관식을 마친 보리스는 양심의 가책과 두려움으로 '나의 영혼은 슬프다'를 부르고 성당 안으로 들어간다.

[사진=메트로폴리탄 오페라 홈페이지] 1막에서 두 자녀를 앞에 두고 황제에 즉위하는 보리스 고두노프
2막에서는 먼저 추도프 수도원에서 벌어지는 일을 담고 있다. 늙은 수도승 피멘은 등을 밝히고 러시아 역사의 마지막 장을 쓰고 있는 중이다. 이때 옆에서 잠을 자고 있던 젊은 수도승 그리고리가 잠에서 깨어 피멘에게 방금 꾼 꿈 이야기를 하는데, 자신이 탑 위에 있다가 민중들의 조소를 받고는 추락하였다는 것이었다. 피멘은 그에게 자신이 지금 쓰고 있는 러시아 역사의 마지막 장의 내용인 현재의 차르 보리스가 어떻게 드미트리를 죽이고 왕위를 찬탈했는가에 대해 이야기해 준 뒤, 그리고르의 나이를 묻고는 드미트리가 살았더라면 그와 비슷한 나이였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리고르는 보리스를 비난하며 수도원 문을 나선다.


[사진=메트로폴리탄 오페라 홈페이지] 2막에서 나중에 드미트리를 참칭하는 젊은 수도사 그리고르(왼쪽)에게 자신이 쓰는 역사를 설명하는 수도사 피멘(오른쪽)


이어지는 장면은 러시아와 리투아니아 국경 부근의 한 여관이 배경이다. 수도원에서 나와 부랑자가 된 바를람과 미사일, 그리고 신분을 감춘 그리고르가 여관에 도착한다. 여관 주인이 가져다준 포도주를 마시고 취기가 돈 바를람은 드미트리라는 가명을 사용하고 있는 그리고르에게 술을 권하지만 그리고르는 이를 거절한다. 바를람이 곯아떨어지자 그리고르는 여관 안주인에게 리투아니아로 가는 길을 묻고 그 길에는 초소가 있어 도망자를 수색하고 있다고 대답한다. 그리고르의 불안한 모습을 감지한 여관 주인은 리투아니아로 가는 길은 아주 많다며 그리고르가 돈을 쥐여주자 초소를 우회하는 길을 알려준다. 이때 경찰이 들이닥쳐 투숙객들을 검사하는데 문맹인 경찰관이 황제가 잡아오라고 한 도망자의 체포영장을 읽지 못해 글을 읽을 줄 아는 사람을 찾자 그리고르가 나서서 자신을 묘사한 인상착의를 바를람의 인상착의로 바꿔 읽음으로써 바를람이 잡혀갈 위기에 처하는데, 바를람이 영장을 빼앗아 서툴게 읽어가자 체포영장의 주인공이 그리고르인 것이 밝혀지고 이에 그리고르는 탁자를 뒤엎고 재빨리 달아난다.

​3막은 보리스의 거처. 약혼자를 잃은 보리스의 딸 크세니아를 유모가 위로하자 보리스가 나타나 딸을 쓰다듬고 유모와 함께 나가있으라고 한 뒤 러시아 제국의 지도를 펴고 공부를 하고 있던 아들에게 왕위 계승에 대비한 준비를 게을리하지 말 것을 당부한다. 그리고는 자신이 어떻게 권력을 쥐게 되었는지에 대해서는 알려고 하지 말라며 차르의 자리에 오른 6년 동안 민중들의 원망과 귀족들의 저항 등으로 인해 괴로웠던 나날들을 노래하고 마지막에는 드미트리를 살해한 자신의 행동에 가책을 느낀다. 곧이어 슈이스키가 들어와 드미트리를 참칭하는 사람이 폴란드의 지원을 받아 국경을 향해 오고 있다는 소식을 전하는데, 이 이야기를 들은 보리스는 슈이스키에게 드미트리의 시신을 분명히 확인했느냐고 묻고는 그가 그렇다고 대답하자 그를 물러가게 한다. 보리스는 드미트리의 유령을 본 것을 상상하며 공포에 휩싸이고 죄책감과 후회에 휩싸여 신에게 용서를 구한다.

[사진=메트로폴리탄 오페라 홈페이지] 3막에서 드미트리를 참칭하는 자가 나타났다는 소식에 분노하는 보리스 고두노프


4막은 바실리 대성당 밖의 광장이다. 굶주린 농민들은 드미트리의 군대가 가까이 왔다는 이야기를 나누고 한 무리의 어린이들은 거룩한 바보의 마지막 동전을 쳐 달아난다. 보리스와 귀족들이 대성당에서 나오자 거룩한 바보는 보리스에게 그가 드미트리를 죽인 것처럼 동전을 훔쳐 간 아이들을 죽여달라고 부탁한다. 보야르 의회는 드미트리를 참칭한 사람에 대해 토론을 벌이는데, 이때 뒤늦게 온 슈이스키가 보리스가 환각에 시달리고 있음을 전하고 이어 보리스가 들어와 죽은 아이의 환영에게 소리를 지른다. 슈이스키의 노력으로 보리스는 정신을 차리게 되고 슈이스키는 한 수도승이 차르를 뵙기를 청한다면 피멘을 데려온다. 피멘은 드미트리의 무덤에서 자신의 잘못을 고백하고 실명을 고친 사람의 이야기를 보리스에게 들려주고 보리스는 그만 정신을 잃는다.

[사진=메트로폴리탄 오페라 홈페이지] 4막에서 피펜의 이야기를 듣고 괴로워하는 보리스


이윽고 정신을 차린 보리스는 아들 표도르를 불러 자신의 즉음이 가까웠다고 이야기하며 귀족들에게 표도르가 자신의 황위를 이을 것이라 선언하고 아들과 딸을 안고 죽는다.


[사진=오페라뉴스 홈페이지] 4막에서 자녀들에게 자신의 죽음이 가까워졌음을 알리는 보리스


이 공연은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가 대면 공연을 멈춘 지 16개월 만에 처음 무대에 올린 작품이라고 한다. 예전에 실연으로 관람했던 무대가 어떤 버전으로 공연된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이 오페라의 음악이 이렇게 좋았었는지는 이번에 새삼 알게 되었다. 상당히 비극적인 주제를 가진 작품답게 음악도 시종 무거웠으나 장중한 멜로디며 힘 있는 오케스트레이션이 베르디나 바그너에 못지않았다. 가수들의 열연과 노래도 작품의 완성도에 큰 몫을 했다. 타이틀롤을 맡은 르네 파페(Bs)는 자신의 작품 초반 교활한 모사꾼 같은 모습을 보이다가 황제에 즉위한 뒤에는 오히려 과거의 행적에 발목이 잡혀 불안에 떠는 모습이 자주 나타나는데, 죽은 드미트리 왕자의 환영으로 인해 고통받는 모습을 리얼하게 연기해 주었으며, 세계적인 베이스답게 아리아도 감정을 실어 절절하게 불러 주었다.


[사진=오페라뉴스 홈페이지] 보리스 고두노프 역의 르네 파페(Bs)


슈이스키를 연기한 막심 파스터(T)도 좋은 소리를 들려주었으나, 지나치게 뚱뚱한 체구가 부담스러웠다. 바를람을 연기한 흑인 베이스 라이언 스피도 그린(Bs)의 목소리도 아주 깨끗하고 맑아서 눈길을 끌었으며, 피멘 역의 에인 앵거(Bs) 역시 묵직한 저음에서 우러나오는 소리가 신뢰감을 주었다. 바지 역할인 메간 마리노(Ms)는 키가 무척 작아 어린 표도르의 역할로 제격이었다.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합창단의 파워풀한 합창도 매력적이었다. 극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많은 역할을 했다.

이날 공연은 무소륵스키가 처음 이 오페라를 구상했을 때 그랬던 것처럼 인터미션 없이 전막을 이어서 연주했다. 막과 막 사이에는 암전을 두고 그 사이에 재빠르게 무대를 구성했는데, 대부분의 무대 세트는 배턴에 매달려 이를 교체하는 것으로 간단하게 처리했다. 이렇게 하다 보니 무대 세트는 최대한 간결하게 만들었으나 원작을 비트는 해석 같은 것은 없어서, 그리고 원전판을 연주해 주어서 그런 점도 무척 좋았다. 이렇게 좋은 작품을 단 이틀만 공연하는 건 좀 아쉬운데, 아마 이 시네마 오페라를 찾는 관객들이 좀처럼 늘지 않아서 그런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무튼 오랜만에 열린 메트의 무대가 지속되길 바라며, 아울러 메가박스의 메트 오페라뿐 아니라 유니텔 오페라도 재개되어 시네마 오페라 프로그램이 다시 활성화되기를 바란다.

글 봄뫼
buonar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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