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준의 오페라 산책, 돈 조반니 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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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준의 오페라 산책

돈 조반니 V


돈 후안과 쌍벽을 이룰 만큼의 스페인 역사상 최고의 바람둥이는 카사노바Girolamo Casanova 1725~1798다. 그는 여성을 성적 욕망의 대상으로 생각하며 산 18세기
실존 인물이다. 18세기 사랑 혁명 시기의 극단적인 인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는 감각적 쾌락을 발달시키는 것이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목적이라고
생각했다. 카사노바는 여성에게 쾌락을 주기 위해 태어난 존재이므로 항상 그 점에 충실하도록 노력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여성에게 쾌락을 주기 위해 성적 욕망에 빠졌다는 그의 주장은 자신의 욕망을 정당화하는 것일 뿐이다.
카사노바는 성직자, 외교관, 모험가, 시인, 소설가, 군인, 바이올린 연주가 등
여성들이 선망하는 직종에 종사하던 사람이었다.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태어난 카사노바는 귀족 출신으로 다양한 직업 경험을 쌓았다.
그는 외모가 출중했으며 가난했던 어린 시절 파도바Padova에서 법학 공부를 하다가 성직자로 삭발례削髮禮를 하여 4가지 소품을 받기도 했다.


이후 라틴 문학, 이탈리아 문학, 프랑스어뿐만 아니라 의학과 화학에도 관심이 있었다. 이로써 그는 작가적인 재능과 다양한 학문에 대한 지식을 획득했으며 의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의사의 오진을 밝혀, 원로원元老院 마테오 조반니 브라가딘 의원의 양자로 들어갔다. 프랑스, 러시아의 왕족뿐 아니라 당시 이름을 날리던 계몽주의자 볼테르, 루소와도 교제를 나눌 만큼 다양한 인맥을 가진 사람이기도 했다.
카사노바는 60세가 되던 1785년에 프라하의 한 귀족의 사설 도서관 사서로 일하며, 1789년까지 《나의 인생 이야기Histoire de ma vie》를 집필했다.
그는 젊은 시절 쾌락주의자로서 즐긴 삶과 노년의 쓸쓸함, 권태를 이기는 방법을 회고록으로 썼다고 고백했다. 카사노바는 이 책에 과거에 만났던 여성들에 대한 3,700족에 달하는 이야기를 기록했다. 《카사노바 회고록》(12권)은 격변하는 18세기 유럽 사회를 생생하게 체험하고 묘사하여 로코코 시대의 문화와 풍속도를 후대에 알리는 귀한 사료의 역할도 하고 있다.
《나의 인생 이야기》는 카사노바의 이름을 오늘날까지 알리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으나, ‘희대의 호색한’이라는 악명 또한 안겨주었다.
그는 “철학자로 살다가 그리스도 교인으로 떠난다”라는 말을 남기며
1798년, 73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카사노바는 돈 후안과 달리 많은 여자를 사귀고 헤어졌음에도 원한을 사지 않은
바람둥이로 알려졌다. 오히려 여성들의 마음에 영원히 살아 있었다고 전해진다.
물론 이 말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카사노바가 자신의 저서에 마치 수많은 여성의 마음에 자신이 남아 있었을 것이라고 정당화했기 때문이다.
만일 카사노바의 주장을 받아들인다면 그것은 자신의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해 돈 후안처럼 욕망 자체에만 관심을 기울인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관점에서 접근했기 때문일 것이다. 로버트 그린Robert Green은 《유혹의 기술The Art of Seduction》에서 ‘카사노바는 언제나 여자들의 이상형에 맞추어 자신을 그녀들의 이상형으로 변모시켰다. 그는 여자들이 원하고 생각했던 꿈 꾸는 것들을 현실로 바꾸어 주었다’라고 설명한다. 《카사노바 회고록》에 따르면 그는 다음과 같은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사랑하는 여인을 위해 쥐들이 돌아다니고 몸을 기댈 만한 공간도 없는
작은 방(고해실)에서 한 마디의 불평도 없이 종일 기다리거나, 파울린이라는 사랑하는 여인의 마음을 얻고자 낙마 사고까지 자청했다.”
로버트 그린, 《유혹의 기술》, 63쪽


아마도 《카사노바 회고록》에서 카사노바는 자신의 연애를 과장했음
이 틀림없다. 18세기 프랑스나 이탈리아 상류사회에서는 카사노바와 같
은 취미적 사랑이 유행했다. 귀족들은 남녀노소 수많은 사람과 연애했다
는 사실을 빈번하게 자랑하거나 과장했다.
카사노바는 [돈 조반니]와 직간접적으로 관련되어 있다. 카사노바 전기를 쓴 미셀 들롱Michel Delon은 카사노바가 [돈 조반니]의 대본가 다 폰테와 만났다는 점을 지적한다.
공연 기획자이자 연출가, 그리고 배우였고, 두흐초프 사서였던 카사노바와 모차르트의 만남은 알 수 없으나 다 폰테와의 관계만 확인된다. 두흐초프 성에 있는 카사노바의 서류들 속에서 〈돈 조반니〉 제2막 10장의 다른 판본들을 포함한 종이 2장이 발견된다. 늙은 모험가 카사노바가 돈 조반니와 레포렐로라는 인물을 완벽히 보완하기 위해 대본 작가와 음악가에게 몇 가지 충고를 했을 것이라는 확신이 드는 부분이다. (중략) 즉, 돈 조반니는 유혹하고 정복하며, 졸렬한 하인은 정복한 여인들의 목록을 작성한다.
미셀 들롱, 《카사노바 : 사랑과 예술의 유혹자》, 38~40쪽


자코모 지롤라모 카사노바
나는 인생을 살아오면서 내가 행한 모든 일이 선한 일이든 악한 일이든 자유인으로서 나의 자유의지에 의해 살아왔음을 고백한다.
《나의 인생 이야기Histoire de ma vie》서문

이렇듯 〈돈 조반니〉에서 레포렐로의 〈카탈로그의 노래〉는 카사노바
의 경험적 충고로 이 세상에 태어났다고 볼 수 있다. 레포렐로가 돈 조반
니의 여성 편력을 노래하는 장면은 카사노바의 조언에서 영향을 받았을
것이다
.

글 발행인 박경준
buonar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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