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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영혼의 노래 부제:서울 오르페오 2
022.2.23.수 CJ아지트 대학로
2022년이 시작된 지난 1월 공연예술창작산실 선정작 창작오페라[장총]으로 평단과 관객의 많은 호평을 받은 서울오페라앙상블(예술감독:장수동)은 오페라 민간단체로서 28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끊임없이 새로운 도전으로 보다 관객에게 다가가는 오페라와 실험적인 무대를 올리고 있으며 그 완성도는 날로 더해져 가고 있다.
특별히 새로운 K문화 콘텐츠 개발을 위한 한국 음악극의 재발견 시리즈로 혜화동 CJ아지트 대학로에서 펼쳐지는 글룩의 오페라 [오르페오와 에우리디체]가 한국 신화 [바리데기]로 재탄생하는 실험적인 무대가 펼쳐졌다. 최고(古)의 작품을 한국의 문화의 생생함이 살아있는 대학로에서 2022년에 다시 만나보는 자리가 어떨지 기대가 되었다. 조금 미리 도착한 대학로는 코로나 이전 만큼은 아니더라도 다시금 활기찬 모습을 되찾아 가는 듯 보였다. 티켓을 받고 큐알인증을 마치고 줄을 서서 좁은 계단을 내려 지하에 있는 극장 안으로 들어가 보니 전형적인 대학로 연극무대와 같은 블랙박스로 되어있는 곳이었다. 객석 위로 둘러싸인 위층은 오른편은 양악기 왼쪽은 국악기가 위치하여 공연준비를 하고 있었다.
무대위는 철로가 빛으로 환하게 보였고 하얀 면사포와 조각배 하나가 덩그러니 놓여있는 상태로 관객을 맞고 있었다. 보통의 대극장 오페라극장과는 다른 분위기가 운치 있고 흥미로웠긴 했지만 티켓의 자리를 확인하고 앉는데 좌석을 보니 이건 너무 하다 싶을 정도로 좁은 의자에 앞뒤로도 조금의 여유도 없는 객석은 관객에 대한 배려는 없는 극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공연시작 직전에 보니 뒤에 두세줄과 앞에 두세줄의 사이는 충분히 여유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중앙에 집중하여 티켓분배를 한 공연장측이 원망스럽기까지 했다.
최근까지 자리띄어 앉기에 그렇게 신경을 쓰던 분위기는 어디로 갔는지 코로나 확진자 20만을 앞둔 이 시점에 큰 용기를 내어 찾아온 관객들은 걸려도 돼서 온 게 아니라 작품에 대한 애정과 열정으로 온 것임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작은 공연장에서 하는 오페라 공연이라 제약도 많고 여러 가지 힘든 상황도 많았을 거라 생각하지만 글룩 시대 오페라는 사실 그다지 큰 공연장에서 이루어지는 작품은 아니었기에 오히려 이런 공연장이 잘 어울릴 것 같긴 했다.
특별한 무대장치는 없는 극장 환경은 그래도 영상이 훌륭하게 보완하였다. 공연이 시작되고 어느새 우리는 지하철이 달리는 창밖풍경을 보고있었고 이렇게 다닥다닥 붙어앉은 객석은 만원 지하철안과 같은 느낌으로 후끈했다. 객석을 둘러싸고 사이드에서 등장한 좀비로 분장한 합창과 그안에 섞여있는 바리(메조소프라노 김난희)가 좌절한 모습으로 등장하여 중앙에서 떠나간 그의 사랑 세화를 울부짖으며 찾는다. 한국을 배경으로 재해석한 작품이라 이날 악기편성도 특별히 국악기가 함께 연주되었고 성악가들도 모든 레치타티보와 아리아를 한국어 가사로 처리하였다.
원래가 성악적인 발성으로 한국말 전달은 쉽지 않으나 뒤에 충실한 자막과 가수들의 노력이 공연의 내용을 이해하기엔 충분하였다. 사랑의 전령인 종달로 등장한 소프라노 정꽃님은 어둡기만 했던 무대를 등장만으로 분위기 전환을 가져다 주었고 아리아를 부를 때 몸짓과 시선처리등 하나하나의 디테일이 섬세하고 우아하였다. 어느새 바리는 황천인 레떼를 건너 이어도에 도착하여 “구원의 노래”를 불러 죽었던 세화와 재회한다. 세화역에는 소프라노 이효진이 노래하였는데 수차례 에우리디체역을 해서인지 작품에 대한 몰입도와 표현이 원작에서의 에우리디체를 세화로 재탄생하는데 완성도를 더해주었다.
바리와 세화의 사랑과 운명에 맞써 처절한 갈등을 하면서 주고받는 장면은 판타지를 마음껏 자극하면서 몰입도를 높여주었다. 이대로 끝난것만 같았던 바리와 세화의 운명은 종달이 등장하여 다시 세화를 일으켜 살려주고 셋과 지하철 노숙인들 무녀들이 모두 나와 감동적인 “용서의 노래”로 극을 마무리 하였다.
다 만들어진 무대를 볼 때 관객들은 잘 만들어진 정찬을 맛보게 될텐데 그 무대를 준비하는 손길 하나하나의 정성과 노력의 결과물임은 확실하다. 너무나 잘 알려진 공연을 또 다른 시도로 올려지는 작품들은 원래 갖고 있는 틀에서 벗어나는 작업부터 시작 해야하기에 더 많은 고뇌와 고민이 있었을 것이다. 이날 공연을 위해 새로 글룩의 작품을 한국적인 스타일과 악기로 편곡을 한 신동일 작곡가와 처음부터 끝까지 조화롭게 이끌어가는 정금련지휘자의 카리스마와 역량이 훌륭한 공연을 이루어냈고 앞으로 [서울오르페오]를 지속적인 공연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지 않았을까 싶다. 코로나에 동계올림픽으로 공연계는 계속되는 움츠리는 시기에도 끊임없이 새로운 작품을 만들어내는 서울오페라앙상블의 장수동 감독의 에너지와 열정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언젠가는 더욱 좋은 환경에서 더욱 많은 사람들이 누릴 수 있는 문화 세상을 꿈꾸며 글을 마친다.
2022.2월
Gloria Kim
사진 강희갑
buonar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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