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 카르멘 갈라 콘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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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뫼의 코로나 시대의 슬기로운 오페라 감상법

오페라 카르멘 갈라 콘서트


오페라 카르멘 갈라 콘서트 / KBS교향악단
​2022년 2월 12일(토) 17:00~18:15
롯데콘서트홀 2층 C구역 3열 18번 / S석 초대(문화와예술)



조르주 비제 / 카르멘

지휘: 김광현

연출: 한정민

출연: 백재은(Ms 카르멘), 신상근(T 돈 호세), 양준모(Br 에스카미요), 이윤정(S 미카엘라)

연주: KBS교향악단


[사진=봄뫼] DID

원래 이날은 국립극장에서 공연되는 국립오페라단 갈라 콘서트를 가려고 예매를 했었던 날인데, 뒤늦게 이 공연이 공개됐고, 내용상 국립극장 공연보다는 출연진도 그렇고 롯데콘서트홀의 공연이 나을 것 같아 이 공연으로 갈아탔는데, 공연 이틀 전에 월회비를 내는 문화와예술에서 티켓을 준다는 문자가 왔길래 예매 티켓을 취소하고 오게 되었다. 집안일을 하느라 오전에 예매했던 메가박스의 시네마 오페라의 시간을 맞추지 못해 취소한 덕에 시간 여유가 좀 있었으나 일찍 간다고 좋은 좌석을 주는 게 전혀 아니어서 굳이 서둘러 공연장에 갈 필요가 없어 그냥 30분 전에 잠실역에 도착하는 지하철 편으로 올 들어 처음으로 롯데콘서트홀에 갔다. 티켓을 받으니 S석으로 롯데콘서트홀에서 가장 가성비가 좋다는 2층 C구역이었다. 내가 예매했던 자리는 C구역의 6열이었는데, 무료로 받은 자리는 3열이니 이 자리가 내가 예매한 자리보다 더 좋은 셈이다. 아래 사진에서는 보랏빛으로 보이지만 실제 무대는 카르멘을 상징하는 붉은빛의 조명으로 물들어 있었다.



[사진=봄뫼] 내가 앉은 자리에서 본 무대


이날 공연은 비제의 오페라 [카르멘]의 전주곡과 간주곡, 그리고 네 명의 주역가수들의 아리아들로 채워져 70분 동안 인터미션 없이 진행되었다. 공연 전, 김광현 지휘자의 공연에 대한 안내와 간단한 인터뷰가 영상으로 나왔는데, 오케스트라 지휘자와 오페라 지휘자 중에 하나만 선택하라면 무엇을 선택하겠느냐는 질문에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오케스트라 지휘자라고 대답하고 오케스트라 지휘자가 되면 오페라도 지휘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대답하는 장면에서는 웃음이 터져 나왔다.

[카르멘]의 유명한 전주곡이 연주된 뒤, 카르멘 역을 맡은 백재은(Ms)이 카르멘을 상징하는 몸에 붙는 붉은색 드레스를 입고 무대에 등장했다. 담배공장 여공들의 합창에서 합창 부분은 오케스트라의 연주로 처리하고 카르멘의 노래만 백재은이 노래하는 식으로 진행했는데, 백재은은 시원시원한 성량과 요염한 자태로 인상적인 카르멘을 노래해 주었다. 백재은은 오페라가 파국에 이르는 3막과 4막에서는 죽음을 상징하듯 검은색 드레스로 갈아입고 무대에 등장하기도 했으며 자기애가 가득한 카르멘의 모습을 잘 표현해 주었다. 특히 2막의 '집시의 노래'를 부를 때에는 캐스터네츠를 연주하며 춤을 추기도 하는 등, 가장 인상에 남았다.
신상근(T)은 노래 못지않게 연기력이 빼어난 가수인데 콘체르탄테 형식으로 진행된 이날 무대에서도 그의 연기력은 빛을 발했다. 카르멘을 처음 만나 마음이 흔들리는 모습이라든가 카르멘이 싸늘하게 돌아서서 배신을 했을 때의 표정, 그리고 거듭된 자신의 구애를 카르멘이 끝내 거절했을 때 분노에 찬 표정들을 매우 사실적으로 표현했다. 물론 노래도 훌륭했는데, 1막에서 미카엘라와 함께 부르는 2중창과 카르멘에게 사랑을 고백하며 부르는 2막의 꽃노래가 특히 빼어났다.


[사진=봄뫼] 돈 호세 역의 신상근(T)과 카르멘 역의 백재은(Ms)


에스카미요 역의 양준모(Br)는 너무 모범생 스타일이라 자기 과시욕이 있고 여자를 좋아하는 호색한 스타일의 인물인 에스카미요와는 잘 어울리지 않아 몰입이 되지 않았다. 물론 아리아에는 문제가 없었으나 연기를 한다고 해도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이미지가 있어서 역시 양준모와 에스카미요는 잘 어울리지 않는다는 느낌이 들었다. 미카엘라 역을 맡은 이윤정(S)은 지난해 몇 번 보면서 좋은 노래를 들었던 가수였는데, 이날 역시 좋은 노래를 불러 주었다. 사실 [카르멘]에서 미카엘라의 역할은 그리 크지 않지만 이날의 갈라 콘서트에서는 네 배역의 아리아들로만 꾸미다 보니 상대적으로 미카엘라의 비중이 실제 오페라에서보다 더 컸는데, 이날 이윤정의 미카엘라의 노래에는 눈이 번쩍 뜨일 정도였다. 백재은이나 신상근, 양준모는 익히 아는 가수들이라 이들의 기량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알고 있기에 그다지 놀라울 것이 없었으나 이윤정은 몇 번 보지 못해 그 기량에 대해 확신을 갖지는 못하고 있었는데, 이날도 좋은 노래를 불러 주어 이제는 거의 좋은 가수라는 확신을 갖게 됐다. 음색도 윤기 있고 고음 처리도 좋았으며 성량도 2층까지 충분히 올라올 정도로 커서 앞으로 계속 관심을 가져야 할 가수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진=봄뫼] 왼쪽부터 신상근(T 돈 호세), 백재은(Ms 카르멘), 이윤정(S 미카엘라), 양준모(Br 에스카미요)

[사진=봄뫼] 전 출연진. 왼쪽부터 신상근(T), 백재은(Ms), 김광현(Cond), 이윤정(S), 양준모(Br)


김광현이 지휘하는 KBS교향악단은 몇몇 수석급 연주자들이 빠졌음에도 훌륭한 연주를 들려주었다. 김광현의 노련한 리드로 독창자들과의 호흡도 좋았으며 전주곡과 간주곡에서의 연주는 정말 훌륭했다. 물론 내가 앉은 자리가 오케스트라의 음향이 좋은 자리였던 탓도 무시할 수는 없지만 기본적으로 KBS교향악단의 연주도 매우 좋았다.


[사진=봄뫼] KBS교향악단


커다란 스크린이 내려와 있었음에도 연주자들이 노래할 때 우리말 자막을 넣지 않았던 점은 좀 아쉽다. 물론 공연 전에 프로그램북과 함께 따로 대본집을 만들어 배포해 주었기 때문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실제 공연 때에는 어두워서 대본집을 들춰서 보기도 어려울 뿐 아니라 책장 넘기는 소리가 주변 관객들에게 방해가 되기 때문에 읽어볼 수도 없다. 여러 가지로 좋은 시도였으나 70분이라는 공연 시간은 아무래도 아쉬운 감이 있다.
글 봄뫼
buonar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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