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0회 한국소극장오페라축제-번안오페라 [비밀결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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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리뷰

제 20회 한국소극장오페라축제-번안오페라 [비밀결혼]


제 20회 한국소극장오페라축제-번안오페라 [비밀결혼]
2022.4.26.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무대 신재희

출연진
카롤리나 소프라노 이상은
엘리제타 소프라노 김은미
피달마 메조소프라노 류현수
제로니모 베이스 양석진
백작 바리톤 김종표
파올리노 테너 정능화

어느덧 소극장오페라축제 20주년을 맞는 해로서 올해에는 작년에 이어 번안오페라와 창작오페라들로 모든 오페라를 우리말로 공연하고 있다. [리타]와 오늘 관람한 치마로사의 [비밀결혼], 이 두 작품이 한국말로 번안되어 공연되어서 과연 원작과 다르게 표현될지 궁굼 하였다. [비밀결혼]의 이강호연출이 직접 번안하였다고 들었는데 지난 스테이지 커버스토리 인터뷰에서 언급한 바 그는 200년전 그 시대의 작품을 2022년 현대로 끌어오기위해 가장 신경쓴 부분이 바로 언어이며 그런 점에서 번안과 레치타티보를 대신한 대사에 많은 공을 들였다고 한다.

피달마 제로니모 엘리제타 카롤리나

[비밀결혼]의 작곡자는 도메니코 치마로사(1749-1801)로 나폴리 부근의 작은 마을 아베르사(Aversa)에서 태어났다. 그는 19세기 초 이탈리아뿐만 아니라 유럽의 오페라 무대에서 대단히 중요한 역할을 했던 인물이다. 그는 60편이 넘는 오페라 부파를 남겼지만 그 중에서 1792년 초연된 ‘비밀 결혼’이 대표작이다. 1792년 비엔나에서의 초연이 대성공을 이루었고 레오폴드2세는 쇤브룬(Schönbrunn)궁전에서의 만찬 후에 앙콜 공연을 하도록 명령했을 정도였다. 우리에게는 모차르트가 더욱친근한 이름이기도 하지만 오페라 역사상 한 시대를 풍미한 작곡가 치마로사의 재발견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파올리노(뒤) 엘리제타 피달마 제로니모 카롤리나 백작(뒤)

가득채운 객석은 거리두기 해제를 체감하게 했으며 또한 그만큼 생생한 현장감을 즐기고 싶었던 관객들의 갈증이 얼마나 이런 날을 고대해 왔는지 알 수 있었다. “경고! 웃음이 나올 때는 큰 소리로 웃으세요”란 안내문구로 시작하는 공연이 벌써 시작도 하기 전에 미소를 짓게 하면서 마음을 열리게 하였다. 즐겁게 볼 준비가 됬다는 것이다. 모든 공연이 그렇듯이 좋은 마음으로 보기 시작하면 관대해지고 좋아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올림픽 종목처럼 객관적으로 기록이 나오지 않는 이상 개개인의 감정상태 기분에 따라 지극히 주관적으로 개인에 따라서 즐겁게 즐길 수도 있고 불편하게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런 재치 있는 멘트는 어떤 마음으로 왔건간에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여 공연을 재미있게 볼 수 있는 하나의 좋은 장치였었다.

엘리제타 제로니모 피달마

비록 필자만 그렇게 느낀 것은 아니었는지 정말 시작 하자마자 객석은 가수들의 눈빛 하나 숨소리 하나에 반응하였고 대사를 칠때는 그야말로 빵빵 터졌다. 200년전 귀족들과 왕을 위해 만들어진 오페라가 오늘 새롭게 우리의 정서와 모드에 맞춰져 공감을 이루어내는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사랑스러운 카롤리나 파올리노 커플의 밀회에 심장이 함께 쫀득거렸다. 청아한 파올리노 역의 테너 정능화의 음성이 한 집안의 재무를 맡아 일을 돕는 캐릭터에 잘 맞게 맑고 정직하게 들렸다. 아버지 제로니모역의 바리톤 양석진은 등장함과 동시에 코믹함을 자아냈고 능청스런 연기가 관객들이 극에 더 몰입하게 하였다. 결혼 소식에 불려 나온 카롤리나의 소프라노 이상은, 엘리제타의 소프라노 김은미, 피달마역의 메조소프라노 류현수가 시끌벅적 등장하여 본격적으로 극의 열기가 올랐다. 본격적으로 노래가 시작하기 전 세 여인의 대화가 볼만하다.

피달마 메조소프라노 류현수

결혼 소식에 들뜬 엘리제타와 이유 없이 함께 들뜬 고모 피달마, 그리고 뾰로퉁한 칼롤리나의 대화는 “귀~족같은” 말투와 행동일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귀~족같은 느낌에서 무엇인가 찐 가~족같은 느낌으로 큰 웃음을 주었다. 찐한 버터발음을 장착한 영국에서 온 로빈슨 백작역의 바리톤 김종표는 시종일관 뻔뻔스럽고 재치있는 연기로 진가를 발휘했다.
이날 공연된 오페라 [비밀결혼]은 5명으로 극장에 맞게 축소 구성되었다. 풍성한 음악적 표현은 아닐지라도 앙상블의 단촐한 구성이 꼭 오페라는 대규모 오케스트라에 복잡한 요건을 갖춰야만 올려진다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충분히 보여주고 있었다. 거기에 출연한 성악가들의 실력이 탄탄하여 어디하나 빠지는 곡이 없었고 특별히 엘리제타역의 소프라노 김은미의 가사전달력이 좋았으며 깨끗하고 힘 있는 소리가 멀리 앉은 객석에서도 생동감 있게 전달되었다.

엘리제타 소프라노 김은미

소극장과 대극장에서 전천후로 활발히 활동중인 양석진의 내공도 오늘 공연에서 중심을 잘 잡아주었고 메조소프라노 류현수의 눈치는 조금 없지만 사랑스러운 고모 피달마역을 잘 소화하였다. 동생이라 하기엔 조금 심각한 느낌의 카롤리나역의 이상은의 매력적인 목소리는 극에 따라 들뜨기 쉬운 앙상블에 무게를 얹어주었다.


카롤리나 소프라노 이상은 파올리노 테너 정능화
무엇보다 이 모든 것을 조화롭게 잘 빚어낸 것은 역시 연출가 이강호의 공일 것이다. 자칫 밋밋할 수 있는 반복이 많은 곡의 특성상 지루해질 수 있는 부분들을 조명의 변화와 동선의 급진적인 변화로 극적인 효과를 높였으며 억지로 짠 인물의 배치가 아닌 가수들 스스로 심경에 변화에 따라 자연스럽게 움직이게 하기까지 연출자의 노련함과 가수들에 대한 배려가 개성이 강한 오페라 가수들의 특징을 잘 버무릴 수 있었던 결과물이었다.

제로니모 베이스 양석진 파올리노 테너 정능화

소극장오페라의 조건에 맞춰 주요한 아리아 몇 곡과 앙상블들의 커트로 인해 조금 급진적인 내용의 진행이 역시 조금 아쉽긴 하였지만, 그 조건 가운데에서 최선을 다해 잘 만들어진 웰메이드 오페라였으며 한동안 웃을일 없었던 우리들의 일상에 웃음폭탄을 안겨주었던 오페라 [비밀결혼]의 남은 공연도 응원해본다.


2022.4.
글 발행인 박경준
사진 강희갑
buonar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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