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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올레타·질다·미미·토스카 죽음 뒤 ‘네번의 카타르시스’ 맛보다...라벨라오페라단 갈라콘서트 성황
3막의 비극’ ‘베리즈모’ 특색있는 구성 눈길
전막공연 감상 유혹하는 오페라 찐매력 선사
소프라노 구민영이 라벨라오페라단의 갈라 콘서트 ‘3막의 비극’에서 열연하고 있다. Ⓒ라벨라오페라단
‘비올레타’(소프라노 구민영)가 왼쪽에서 천천히 걸어 나와 파란색 조명 아래에 서있다. 앞으로 펼쳐질 여주인공의 가련한 운명을 어떤 설명보다 더 실감나게 들려주는 3막의 슬픈 전주곡이 들린다. 선율 하나하나가 가슴을 콕콕 찌른다.
편지를 읽으며 너무 늦었다고 탄식하는 비올레타는 ‘안녕 지난날이여(Addio, del passato)’를 부른다. “안녕, 지난날의 아름답고 즐거웠던 꿈이여. 장미빛 얼굴도 아주 창백해지고, 알프레도의 사랑조차 지금 내게는 없네. 지쳐버린 영혼을 뒷받침하고 격려해 줄 터인데. 아, 이 여인의 소원에 미소를 보여 주세요. 이 여자를 용서하고, 받아 주세요, 하느님, 이제 모든 것은 끝입니다.”
뒤늦게 오해를 풀고 진실을 알게 된 ‘알프레도’(테너 김지민)가 찾아와 이중창 ‘파리를 떠나서(Parigi, o cara)’를 노래한다. 두 사람은 파리를 떠나 새로운 곳에서의 실낱희망을 가져보지만 부질없다. 비올레타는 연신 가쁜 숨을 몰아쉰다. 알프레도의 아버지 ‘제르몽(바리톤 박경준)’까지 나타나 비올레타에게 용서를 구하지만 결국 숨을 거둔다. 애끊는 슬픔에 가슴이 먹먹해진다.
‘비올레타 구민영’ ‘질다 이정은’ ‘미미 김지현’ ‘토스카 강혜명’이 네 번의 비극적 죽음을 통해 관객들에게 네 번의 카타르시스를 선사했다. 네 작품 모두 새드엔딩으로 끝나지만, 각기 다른 네 가지 색깔의 죽음을 선보임으로써 오페라의 찐매력을 잘 전달했다
라벨라오페라단이 지난 11일과 13일 개최한 2022 라벨라 시그니처 시리즈 ‘그랜드 갈라 콘서트’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소프라노 김지현이 라벨라오페라단의 갈라 콘서트 ‘3막의 비극’에서 열연하고 있다. Ⓒ라벨라오페라단
먼저 11일 진행된 ‘그랜드 갈라 콘서트 I : 3막의 비극’은 베르디의 ‘라트라비아타’ ‘리골레토’와 푸치니의 ‘라보엠’ ‘토스카’의 3막만을 따로 모았다. 주요 곡들을 선보이는 기존의 갈라 콘서트 형식과 다르게 유명 오페라의 3막만을 모두 볼 수 있다는 점 에서 기대를 모았다. 기승전결 가운데 ‘전결’만을 모아 놓은 ‘베스트 하이라이트’ 공연인 셈이다.
‘리골레토’는 처절했다. 딸을 농락한 죄를 벌하기 위해 청부살인을 택한 어릿광대 청추장애인 아버지 리골레토(바리톤 박경준), 연인을 살리기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딸 질다(소프라노 이정은), 이 여자 저 여자 닥치는 대로 찝쩍대는 호색한 만토바 공작(테너 이재식)의 얽히고설킨 관계는 드마마틱했다. 만토바의 새 연인 막달레나(메조소프라노 신성희)와 그 오빠인 청부살인업자 스파라푸칠레(베이스 양석진)는 극적 긴장감을 높여줬다.
라보엠’은 애절했다. 미미(소프라노 김지현)는 촛불을 빌리러 왔다가 운명처럼 로돌프(테너 조철희)를 만나지만, 가난한 연인들에게 파리의 혹독한 추위와 배고픔은 견디기 힘든 시련이다. 그리고 그들의 친구인 무제타(소프라노 한은혜)와 마르첼로(바리톤 김원)는 늘 티격태격하지만 나름 깨알사랑을 키워 나간다.
테너 김중일과 소프라노 강혜명이 라벨라오페라단의 갈라 콘서트 ‘3막의 비극’에서 열연하고 있다. Ⓒ라벨라오페라단
토스카’에는 비련미가 가득했다. ‘별을 빛나건만(E lucevan le stelle)’을 열창한 카바라도시(테너 김중일)의 절절함과 마지막에 높은 벽에 올라가 장렬한 죽음을 앞두고 있는 토스카(소프라노 강혜명)의 모습은 비장했다.
조명과 영상을 적절하게 활용해 몰입도를 높인 홍민정의 감각적인 연출과 권성준·박해원 두 지휘자의 곡해설은 세련되게 귀에 감겼다. 뉴서울필하모닉오케스트라의 사운드는 가수들의 보이스와 어울려 환상케미를 뽐냈다.
권성준 지휘자가 라벨라오페라단의 갈라 콘서트 ‘3막의 비극’을 마친 뒤 관객에게 인사하고 있다. Ⓒ라벨라오페라단
13일 공연된 ‘그랜드 갈라 콘서트 II : 베르디 & 베리즈모’에서는 베르디와 푸치니의 대표작과 더불어 베리즈모(현실주의) 오페라의 거장 레온카발로, 마스카니, 조르다노 등의 명곡들을 선보였다.
소프라노 강효진·오희진·이다미·조현애, 테너 김중일·이재식·유현욱, 바리톤 김원·최병혁, 베이스 양석진이 기량을 자랑했다. 지휘자 박지운이 포디움에 섰고, 뉴서울필하모닉오케스트라와 메트오페라합창단이 다채롭고 풍성한 음악을 선보이며 감동을 전달했다.
특히 이번 갈라 콘서트는 다채널 라이브 스트리밍 플랫폼 ‘고잉(GOiNG)을 통해 실시간 생중계로 선보여 대중들에게 오페라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고 수준 높은 문화 향유를 기회를 제공했다.
출처 데일리 한국 민병무 기자
사진 강희갑작가
편집부 buonar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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