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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1.29. 마포아트센터 아트홀맥
서울오페라앙상블(예술감독:장수동)이 2022년도에 선보인 창작오페라는 [장총](1.22~23)[나비의 꿈](9.6~7)[빛아이 어둠아이](11.10~13) 그리고 오늘 초연으로 선보인 이근형작곡의[취화선](11.29)이렇게 네작품이다.
오페라하면 서양음악이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우리의 문화로 소화하고자 하는 장수동감독의 신념이 올 한해에 더욱 빛을 발하는 것 같다. 각기 다른 시대의 여러 소재로 관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어린이 오페라를 도입함으로써 관객들의 연령층 또한 넓히면서 큰 호응을 얻었다. 오늘 초연된 오페라[취화선]은 동명 영화도 있지만 조선시대말 자유로운 화풍으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오원 장승업의 일대기를 오페라로 다루고 있다.
특별히 오늘은 오페라 콘체르탄테라는 모습으로 선보였는데 오케스트라 피트가 무대에 함께 올라 무대 뒤편에 자리잡았고 최소한의 무대장치로 극을 꾸려가기 때문이가 싶다.
세트가 거의 전무한 무대위에서 가수들의 역량이 그 빈자리를 매꾸었고 장수동감독의 연출력은 완성도를 높였다. 무대 전면과 천장까지 빈틈없이 매꾸는 LED배경은 시시각각 화가인 장승업의 일대기를 다루는 만큼 예술적이고 감각적으로 시각을 사로잡았고 최소한의 가수들이 1인 3역까지 맡아가면서 여러 캐릭터를 특색있게 연기해 풍성함을 더해주었다. 무대의 반이 오케스트라로 올려져 있어 한정된 인원으로 이루어질 수밖에 없을 군중역을 맡은 합창단 또한 일당백으로 마치 수십 명의 합창단이 서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게 역동적이고 조직적으로 잘 움직여주었다. 작품 초반에 잠깐이지만 등장한 어린 장승업과 장승업의 영원한 사랑 소운의 어린역할은 다른 젊은 성악가들로 출연하였는데 세월의 흐름이 자연스럽게 표현이 되어 캐스팅에 있어 섬세함이 돋보였다.
어린승업과 소운을 맡은 두 어린 성악가들의 몸짓과 노래가 깨끗하고 해맑아서 보는 이로 하여금 덩달아 어릴적 추억을 되세기게 하였고 극이 흐르면서 더욱 애틋해지는 것은 나만 느끼는 감정이 아니었으리라...
어린 소운의 소프라노 유시온의 청아한 소리가 소운역할의 소프라노 안혜수와의 잘 연결이 되었고 어린 승업의 테너 강성빈의 씩씩하면서 풋풋함이 테너 김중일로 인해 완숙미가 더해지면서 한편의 드라마의 타임슬립을 보는 듯하였다.
오늘의 주인공은 단연 테너 김중일이었다. 포스터에서도 이미 장승업의 모습으로 분하여 본 모습 그대로 완벽한 화가 장승업으로 열연하였다. 가사의 전달력이 탄탄한 발성과 더불어 자막이 필요 없을 정도였으며 난해한 멜로디의 진행또한 장승업의 불안한 영혼과 미칠 수밖에 없는 예술가의 고뇌로 잘 표현하였다. 시종일관 들은 생각은 테너 김중일이 아니면 누가 이 역을 이렇게 소화해 낼 수 있을까였다.
그리고 눈에 띄었던 또 한 명은 설향역의 소프라노 이지혜이다. 장승업을 사랑하는 기생으로 마음이 곧으면서 소운을 잊지 못하는 장승업만을 바라보는 지고지순함이 소리에 한땀 한땀 묻어 나왔으며 소리 전달력도 훌륭했다.
개인적으로 인상적이었던 장면은 장승업과 설향이 자신의 사랑에 대해 각각 얘기하는데 죽어서 혼이된 소운이 함께 나타나 삼중창을 부르는 곳이었다. 장승업과 소운은 같은 가사로 설향은 그 소운을 대신하여 장승업의 그림속에 들어가고 싶다는 애절함이 대비되면서 아름다우면서도 어딘가 팽팽한 긴장감을 고조시켰다.
이 장면도 그렇고 마지막 장승업이 예술에 미쳐 그리고 술에 미쳐 살다 가는 마지막 가는 길에 한복입는 여인이 나타나 끌어주는 그림이 극에 판타지를 더해주고 이런 장치들이 장수동 감독의 작품에서 보여지는 특징중 하나인데 이 작품에서도 한국적인 이미지의 극한으로 끌어올리며 완성도를 더해주었다.
고종역과 꼭두쇠역을 맡은 바리톤 최병혁,민영환과 최신부역을 맡은 베이스 한해열, 민영환처와 주모역의 메조소프라노 권수빈, 돌쇠와 관군1,화원1을 맡은 테너 유태근, 먹쇠,관군2,화원2를 맡은 바리톤 최정훈 그리고 내관역의 테너 박용규 이들을 이 작품의 또다른 주인공들이다. 긴 런닝타임동안 수없이 의상을 바꿔가면서 다른 캐릭터를 노래하는데 있어서 매끄럽고 다른 사람처럼 순간 몰입하여 아마 그냥 보면 같은 사람인 줄 알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이 성악가들이 함께했기에 오늘 작품의 초연인대도 불구하고 만족스러운 공연으로 관객에게 선보였던 것 같다.
한국창작오페라의 다양성과 독창성을 오늘 [취화선]으로 또 한번 확인하였고 서울오페라앙상블의 행보가 더욱 기대 되어지는 2022년 11월의 첫 눈 내리는 밤이었다.
buonart@naver.com
Gloria Kim
Photo by 강희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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