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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뫼의 “조이스 디도나토의 스프링 콘서트”를 다녀와서
2023년 3월 14일(화) 19:30~21:30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1층 B블럭 13열 6번 / R석 초대(두나이스)
요젭 하이든 / 낙소스의 아리아나
구스타브 말러 / 뤼케르트 시에 의한 다섯개의 가곡
- 내 노래를 엿보지 말아요 / 부드러운 향기를 맡았네 / 나는 세상에서 잊혀졌네 / 한밤중에 / 아름다움을 사랑한다면
인터미션
요한 하세 / (안토니오와 클레오파트라) 명예로운 죽음
게오르크 핸델 / (이집트의 줄리오 케사르) 내 운명에 슬퍼하라
토마소소 조르다니(Arr.크레이그 테리) / 오 내 사랑
알레산드로 파리소티 & 살바토레 로사(Arr.크레이그 테리) / 나를 사랑한다면, 곁에 있음은
듀크 엘링턴(Arr.크레이그 테리) / 홀로 있는 시간에
피에르 루이기(Arr.크레이그 테리) / 장밋빛 인생
(앵콜) 조르주 비제 / (카르멘) 아바네라
(앵콜)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 / (피가로의 결혼) 사랑의 괴로움을 그대는 아시나요
(앵콜) 어빙 벌린 / I love a piano
(앵콜) 해럴드 알렌 / (오즈의 마법사) Over the rainbow 조이스 디도나토(Ms), 크레이그 테리(Pf)
[사진=봄뫼] 포토월
현재 전세계를 무대로 활발하게 연주하고 있는 세계적인 메조 소프라노라고 하면 언뜻 떠오르는 인물이 체칠리아 바르톨리, 엘리나 가랑차, 막달레나 코제나 등이 있는데, 그 가운데에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가수가 바로 이날의 주인공인 조이스 디도나토(Ms)다. 디도나토는 지난 2019년 롯데콘서트홀에서 '전쟁과 평화'라는 주제로 열린 리사이틀에서 무게감 있는 메시지와 함께 무용수와 함께 어우러지는 한 편의 작은 오페라 같은 분위기에 절정의 기량으로 공연을 이끌어 다음에 내한하면 꼭 다시 보아야겠다고 생각하게 만든 가수였다. 아버지 병원 문제로 정신 없었던 하루였지만 다행히 일이 모두 잘 처리되어서 좀 피곤하긴 했지만 공연에 갈 수 있게 되어서 다행이었다. 공연 20분 전에 겨우 음악당에 도착, 티켓을 찾으니 두툼한 프로그램을 무료로 제공해 주었다. 처음엔 몰랐는데, 이 공연은 세종솔로이스츠가 주관한 것이라고 한다. 이날 공연 뒤에는 디도나토의 사인회가 예정되어 있으며 원래 공지된 프로그램 중에서 베를리오즈의 <트로이 사람들> 가운데 '아! 나는 죽을 거야……안녕, 자랑스러운 도시여'는 연주자 사정으로 빠진다는 공지가 있었다.
10분 전 벨이 울리고 나서야 객석으로 들어갔다. 이날 내 자리는 1층 B블럭의 13열로 무대와의 거리도 가깝고 시야도 좋아서 아주 만족스러운 자리였다. 한 가지 아쉬운 것은 이렇게 좋은 연주자가 리사이틀을 하는 데도 좌석이 가득 차지 않았다는 점인데, 반대로 관객의 입장에서는 이럴 경우 꼭 들을 사람들만 오기 때문에 관크가 줄어서 훨씬 몰입감 있게 공연을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는 오히려 좋았다.
[사진=봄뫼] 내가 앉은 자리에서 본 무대
첫 곡은 하이든의 <낙소스의 아리안나>라는 곡으로 연주 시간이 무려 25분 정도 되는 대곡이었다.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오페라 <낙소스섬의 아리아드네>와 같은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곡으로 프로그램북에 의하면 솔로 칸타타로 분류되는 곡이라고 하는데, 솔로 칸타타라는 형태의 곡도 처음 들어본다.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아리아드네는 크레타의 왕 미노스의 딸로 아테네의 왕 아이게우스의 아들 테세우스가 크레타의 골칫거리인 황소 머리를 한 반인반수의 괴물 미노타우루스를 퇴치하고 미로를 빠져나오는 데 결정적인 도움을 주고 그와 결혼하지만 결국 낙소스섬에서 버림을 받게 된다. 이 곡은 낙소스섬에 버려진 아리아드네가 테세우스를 기다리다가 그가 자신을 버리고 떠나가는 장면을 목격한 뒤 느끼는 비탄과 분노를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하이든 당대에 상당한 인기를 얻었던 곡이라고 하는데, 처음부터 디도나토의 깊이 있으면서 부드럽고 탄력 있는 음성으로 인해 집중해서 들을 수밖에 없었다. 좀 긴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긴 했으나 곡이 끝나고 시계를 보니 25분 가까이 지났는데, 그렇게나 긴 작품인지는 몰랐다. 매우 드라마틱한 곡이었다.
1부의 두 번째 곡이자 마지막 곡은 말러의 <뤼케르트 시에 의한 다섯 개의 가곡>으로 <뤼케르트 가곡집>의 작품은 간헐적으로 들어보기는 했지만 이렇게 가곡집의 여러 작품을 모아서 듣는 것은 2019년 서울시향 공연에서 독일 출신의 아네 슈바네빌름스(S)의 노래로 들어본 이후 처음이다. 당시 슈바네빌름스(S)의 노래는 그리 인상적이지 않아서 좀 아쉬웠었는데, 이날 조이스 디도나토의 노래에서는 가사와 노래의 톤의 어울림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새삼 일깨워 준 공연이었다는 생각이다. 디도나토는 서로 다른 내용의 다섯 곡을 뉘앙스를 달리하여 불렀는데, 스크린에 띄워준 가사와 소리의 톤이 매우 잘 어울려 감탄을 자아내게 했다.
[사진=봄뫼] 1부 공연이 끝나고 인사하는 크레이그 테리(Pf)와 조이스 디도나토(Ms)
무게감이 있는 두 곡으로 1부 무대는 끝이 나고 인터미션 뒤 2부가 이어졌다. 디도나토는 1부에서와는 다른 황금빛의 드레스를 입고 나왔는데, 2부에서 연주할 곡들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2부의 첫 곡은 요한 아돌프 하세의 오페라 <안토니오와 클레오파트라> 가운데 클레오파트라의 아리아 '명예로운 죽음'이었다. 이 곡은 카이사르 사후 안토니우스와 결혼한 클레오파트라가 옥비아누스와의 악티움 해전에서 패하고 난 뒤 부르는 곡인데, 안토니우스가 자신은 로마의 황제가 되기보다는 클레오파트라의 남편으로 살고자 한다고 하자 클레오파트라가 자신은 이집트 여왕으로서 자유를 잃느니 명예로운 죽음을 택하겠다고 하는 내용이다. 1부에서와 달리 강단 있는 노래가 인상적이었다. 디도나토는 이어서 역시 클레오파트라가 등장하는 헨델의 오페라 <이집트의 줄리오 체사레> 가운데 클레오파트라의 아리아 '내 운명을 슬퍼하리'를 불렀다. 이 곡은 클레오파트라가 자신을 도와주던 체사레(카이사르)가 물에 빠져 죽은 줄 알고 비탄에 빠져 부르는 노래인데 앞의 곡과 함께 죽음을 노래한 작품이어서 그런지 무대 조명을 붉게 물들게 연출하여 꽤 그럴싸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사진=봄뫼] 관객들에게 감사의 박수를 전하는 조이스 디도나토(Ms)
원래는 이 두 곡 다음에 베를리오즈의 오페라 <트로이 사람들>에 나오는 아리아가 한 곡 더 불릴 예정이었으나 취소가 되었고, 이후로는 조금 가벼운 노래들이 이어졌다. 세 번째 곡으로는 조르다니의 <카로 미오 벤>이 이어졌는데, 이 곡에서부터는 디도나토가 좀 가벼운 마음으로 마치 토크쇼를 방불케 할 만큼 곡 사이사이 여러 이야기도 하면서 노래를 불렀다. 디도나토는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라이브에서 진행자로도 자주 출연해서 그런지 발음도 명확하고 한국 관객들을 배려해서인지 또박또박 천천히 발음해 주었다. 이 곡은 앞선 곡들과는 달리 아주 갸날프면서도 우아한 분위기로 불러 주었는데, 노래 중간에 갑자기 크레이그 테리(Pf)가 변조를 하더니 디도나토도 블루스 풍으로 바꿔 이 곡을 불렀는데, 무척 색다른 느낌이었다. 이어진 곡은 알레산드로 파리소티의 <나를 사랑한다면>과 살바토레 로사의 <곁에 있음에>를 크레이그 테리가 편곡하여 하나로 만든 곡이었는데, 나중에 이 피아니스트의 프로필을 보니 현재 시카고 리릭오페라단의 음악감독이면서 피아니스트, 편곡자로 활동하고 있으며 디도나스와 녹음한 앨범이 그래미상을 수상하기도 했다고 한다. 이 곡도 독특한 느낌을 주었는데, 이 글을 쓰며 프로그램북을 보니 이 곡은 보사노바와 재즈 왈츠로 편곡한 것이라고 한다. 디도나토는 재미있는 제스처를 취하기도 하면서 듀크 엘링턴의 <홀로 있는 시간에>를 부른 뒤, 정규 프로그램의 마지막 곡으로 에디트 피아프가 불러 유명해진 루이기의 <장밋빛 인생>을 아련한 느낌이 나도록 불러 주었다.
[사진=봄뫼] 모든 공연이 끝나고 인사하는 조이스 디도나토(Ms)와 크레이그 테리(Pf)
모든 연주가 끝나고 객석은 온통 박수와 환호로 뒤덮였고, 디도나토도 한국 관객들의 열광에 크게 감동한 듯, 살짝 눈물을 훔치는 것 같은 모습도 보였다. 계속되는 커튼콜에 디도나토는 무려 네 곡의 앵콜곡을 불러주었는데, 먼저 비제의 <카르멘> 가운데 '아바네라'를 요염함이 가득한 목소리로 불러주었고, <피가로의 결혼> 가운데 케루비노가 백작 부인에 대한 연모의 정을 담아 부른 '사랑의 괴로움을 그대는 아시나요'를 이어서 불러 주었다. 두 곡의 앵콜이 끝나자 공연 뒤에 있을 사인회를 위해 자리를 뜨는 관객들이 좀 있었으나 대부분의 관객은 끝까지 디도나토에게 박수를 보냈고 객석의 환호에 답해 디도나토는 어빙 벌린의 를 가벼운 춤까지 추어 가며 불렀으며 마지막으로 해럴드 알렌이 작곡한 뮤지컬 <오즈의 마법사>의 대표곡 'Over the rainbow'까지 부르고 공연을 모두 마쳤다.
조이스 디도나토의 매력적인 음색과 뛰어난 기교, 그리고 폭넓은 스팩트럼을 확인할 수 있었던 정말 만족스러운 공연이었다. 이틀 뒤 세종솔로이스츠와 함께 연주할 <오버스토리 서곡>의 아시아 초연 연주도 너무 기대가 된다.
글 봄뫼
편집부 buonar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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